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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리뷰 ./로드투킹덤 .

더보이즈의 도원경.

by 차보리 2021. 5.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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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차경연의 도원경은 더보이즈가 내 마지막 아이돌이라고 느낄 정도로 사랑에 빠진 계기가 된 무대이자 무덤까지 가져가고 싶을 정도로 제일 최고 점수를 주고 싶은 퍼포먼스였다.

안개가 낀 듯이 막막하면서도 현실이 아닌 환각같은 세상에서
유약하고 불안정한 소년들이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는 듯한 무대 구성과 흐름이 정말 황홀경 그 자체였다.


어둡고 씁쓸한 강가에 영훈이 혼자 벚꽃잎을 떨어뜨리는 프롤로그 퍼포먼스의 시작.

이때의 어두운 무대연출과 홀로 외로이 멤버들을 그리워하는 영훈의 표정부터 모든 주의를 사로잡아 시청자를 무대로 당겨오는 듯이 푹 빠져든다.

섬세하며 아름다운 안무와 멤버들의 비주얼, 가사, 목소리, 이 모든 조화가 완벽히 어우러져 무대를 감상하는 그 시간만큼은 벚꽃이 만개한 황홀경으로 어느새 나를 데리고 들어간 것 같았다.


선우가 문을 열지 못하자 그 문을 뒤집어 올라타 처절하게 랩을 하는 부분 또한 인상적이었다.

어둡고 메마른 이 곳은 단내 하나 없는 열매 위 꽃이 지네
기꺼이 난 정해진 듯한 말들의 매듭을 푸네
누구도 감히 못한 위험하고 빛이 나는
아름다움을 위해서 난 이 금기를 깬다

이후, 멤버들이 찬희를 동그랗게 둘러싸 천을 이용해 꽃을 피우는 장면은 진짜로 보면서 눈물이 날 정도였다.

왜 눈물이 났는지 모르겠다. 너무 감동적이어서? 사실 이때 당시 개인적으로 마음이 참 힘들고 막막하고 절망적인 상황이었는데 이 무대를 보면서 꾹 참아냈던 감정의 도화선에 불이 붙었나보다.

특히 이 장면의 연출과 카메라의 구도가 나를 더욱 몰입하게 만들었다.

상처받고 버려진 소년들이 천장에 있는 카메라를 응시하며 꽃을 피워내고, 시청자인 나는 이 연출에서 하늘 위에서 그들을 내려다보고 있는 구도가 된다.

소년들은 하늘(에 있는 시청자들)을 바라보며 절박하게 구원을 기다리고 시청자인 나는 이들을 구원할 수 있는 하늘의 위치에 있게 되는 것이다. (이때 과몰입 진짜 개오졌ㅇ)

멤버들이 분홍색 천을 하늘로 들어올리는 이 순간, 가슴 깊숙한 곳 어딘가가 저릿해지기도 했다.

마음 밑바닥 끝까지 땅을 파고 내핵까지 뚫고 들어갔던 어두운 그 어딘가,
버려진 공간에 말라버린 나뭇가지에서 꽃이 피어나는 황홀한 기분이 들었다.

꽃은 더보이즈가 피워냈는데 내 마음에도 벚꽃잎이 찬란하게 흩날리며 꽃이 폈다구요!!!!ㅠㅠㅠㅠ
(feat. Bloombloom- 더보이즈)


홀로 꽃잎을 떨어뜨리던 영훈이 직접 문을 열어 벚꽃잎이 흩날리는 환상의 공간에 들어가 모든 멤버가 마침내 함께하게 된 엔딩.

모든 멤버들이 결국 문 너머의 도원경, 만개한 벚꽃나무 아래 모이게 되었다는 탄탄한 수미상관 스토리와 구성, 가사와 연출까지 흠잡을 수 없는 단연 최고의 무대라고 생각한다.



한편, 도원경의 찬희(뉴)는 머리색도 붉고 예뻐가지구 볼때마다 웹툰 가담항설의 길구 캐릭터가 생각났다ㅎㅎㅎ

네이버 웹툰 가담항설(랑또 작가)의 길구.
길구는 세상을 바꾸는 힘을 가진 노래를 하는, 구전동요?를 부르는 캐릭터인데 차니도 메인보컬임(?!)


도원경 무대를 무덤까지 가져가고 싶을 정도로 소중한 이유는 한가지 더 있다.

로드투킹덤 뿐만 아니라 요즘 아이돌들의 퍼포먼스는 대체적으로 더 자극적인 매운 맛을 표방하며 웅장한 연출과 무대 바닥이 부서질 듯이 강도 높은 고난이도 안무를 동반한 경우가 많다.

비트는 쿵쾅쿵쾅, 화는 잔뜩난 채 강하고 센 퍼포먼스들은 이목을 끄는데에 성공할 수는 있지만 또 그런 무대들만 모아놓고 보면 시청자 입장에서는 피로감 또한 상당하다.

그런 무대들이 넘쳐나는 와중에 눈에 띄어야 되고 1등을 하기 위해서 또 아티스트들은 더, 더 위험하고도 과한 동작을 선보이다가 다치기도 하고 클라이막스의 고음을 내기 위해 목까지 혹사시키는 것 같아 맘이 아플 정도다. (아이돌에 매우 과몰입하게 되면 아티스트의 고난이 나 자신의 고통이 되어버림ㅠㅋ)

이렇듯 다른 팀 모두 남자답고 세고 강인한 무대를 선보일 때 더보이즈만, 특히 남자아이돌로써 마치 현대무용처럼 부드럽고 우아한 안무와 사뭇 이색적인 분위기의 무대에 도전하기란 쉽지 않았을 것이다.
방송을 보면 도원경을 선보이기 전까지 더보이즈는 매우 긴장하고 걱정스러워 하기도 했고, 하고 나서도 소품 실수로 눈물까지 흘릴정도로 부담을 많이 가진 걸로 보인다.

그러나 더보이즈는 또 한번 완벽히 소화했다. 도원경이야말로 그들의 내면에 숨겨진 소년미를 마구 발산하면서도 그들의 잠재력에 기대를 걸게 된 계기가 되었다.

(더비 아니었던 일개 시청자도 대부분 더비 될랑말랑 했다가 주연의 눈물로 결집하지 않았나 싶음ㅋㅋ)

잔뜩 화가 나거나 윽박지르는 충격적인 무대는 아니지만,

공허하고 적막한 사막 혹은 쓸쓸한 사후세계와 같은 곳에서 어디로도 갈 수 없이 고여있던 한 소년이 다른 소년들을 만나 더보이즈 모두가 서로를 구원하고 마침내 자신들의 꽃을 피워내는,

구슬프고도 설화같은 환상적인 감정을 연기해준 더보이즈에게 참 고맙고 잘했다고 말해주고 싶었다.

사실 더보이즈가 이렇게 섬세하고 아름다운 동양 판타지 컨셉의 무대를 하긴 했지만 앞으로 이런 컨셉으로 컴백해서 활동하거나 킹덤에서 이런 분위기의 무대를 또 한번 선보일 일은 없을 것이다.

활동곡 분위기로 하기엔 리스크가 크고 킹덤과 같은 서바이벌 프로그램에서는 경쟁에서 이길 정도로는 임팩트가 약하다고 판단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이 소중한 무대인 도원경은 이런 경연 프로그램에서만 가능한 무대였고 다시는 안나올 유일무이한 퍼포먼스로 남을 것 같다.


쓰고보니 다른 무대에 대해서도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은데, 또 탑쓰리라고 뽑긴 했지만 걍 모든 무대가 다 감동적이었고 나에게는 최고의 퍼포먼스였다.

다시 이때를 회상하니 참, 더보이즈 덕분에 마음의 상처를 치유하기도 했고, 나름 더보이즈에 자극을 받아서 내 스스로도 마지막으로 열심히 살았던 시간이기도 했다.

이렇게 로드투킹덤에서 더보이즈는 달과 왕관이라는 소재를 활용해 매우 다양한 컨셉과 다양한 감정을 완벽하게 소화해냈다.

하지만 또 너무 많은 매력을 한꺼번에 뿜어버려서 킹덤에서의 무대에 대해 걱정이 많은 듯하다. 또 어떤 것을 보여줄 지, 정말 더 어렵고 고난이도의 퍼포먼스를 해야하는지 무대와 스토리 연출에 대한 고뇌가 깊어보인다.

사실 그럴만도 하다. 그러나 더보이즈는 이미 1차 경연 괴도에서도 나중에 또 뭘 어쩌려고 1차부터 저렇게 완벽한 무대를 보여준건가 싶었는데 로드투킹덤 내내 더보이즈는 예상과 편견을 뛰어넘는 무대를 선보이며 항상 이전보다 성장하고 성숙한 퍼포먼스를 소화해냈다.

이제 킹덤에서 더보이즈는 왕좌의 게임 컨셉으로 그들만의 무대를 풀어내가고 있다. 그리고 역시나 매 무대마다 레전드를 갱신해내고 있다. 아주 잘하고 있으니 걱정하지 말고 보여주고 싶은 것들을 모두 보여주길 바란다 더보이즈!

일개 더비가 이렇게 응원하고 있으니,
제발, 다치지 않고 건강하게 마무리할 수 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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